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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30. 17:49
  일파만파지요 당신의 다녀감은
  다녀가지 않음은 만파억파입니다만
  감정을 적대시합니다만
  육신이 꺼내놓은 융단에서
  쉬려고 합니다만
 
  관계치 말아주십시오, 당신은 한번도
  아니오, 라고 말씀하지 않는군요
  좋은 버릇입니다만
  (중략)

  우리는 화랑교에서
  다리를 절며 걸었다
  절던 우리의 다리는
  서로 방향이 달랐다
  기우뚱
  한번 어깨가 멀어지면
  다음은 맞닿지만
  그때마다 나는 되도록
  시선을 멀리 두었다 관악산을 장악한
  아카시아들이
  주먹마다 흔들고 있는 백기를 보고
  어지러워했다
  그 지독한 향기들
  (하략)


병들어 행복합니까 - 김소연


간만에 업데이트된 그녀의 블로그에서 이 시를 보자마자 또 울컥했다.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 맘대로 기억을 해 내고 바보같은 반복을 하며 감정을 생성해 내고 있는 불충한 뇌가, 시의 첫구절에서부터 이상한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이미 지났는데,,, 이 시를 보니 여전히 또 울컥한다.

혈중알콜농도에 힘입어 놓아졌던 마음이 어째 다시 이렇게 바짝 오그라드는 것이냐.
술이 깨서 그런 것이냐, 만족스럽지 않게 깨어 나야 했던 얕은 잠 때문인 것이냐.


마음은 하루에도 열 두번. 아니 수십번, 수백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안달복달하고,,, 나는 어쩐지 계속 외롭다.